09/11/16 20:21
     웃지 않고 쓴 코미디 예찬론

      
는 코미디 예찬론자다. ‘유머’와 ‘위트’가 있는 모든 것이 좋다. 그렇지만 개그에 소질도 없고, <개그콘서트>나 <무한도전>을 즐겨보지도 않는다. 그래도 감히 ‘예찬’이란 말을 쓸 수 있는 최소요건은, 삶 속 소소한 소재들로 코미디 소설을 쓰는 것이 취미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코미디를 ‘저질’이라고 생각한다. 본능적으로 TV 코미디 프로나 어설픈 조폭영화, 스포츠지 유머와 만화 등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한국에서는 조폭 코미디 영화가 판치고, 억지웃음을 강요하는 광고들이 주변에 넘쳐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웃기다’라는 말조차 부정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코미디는 하나의 장르이면서도, 어떤 특정 분야나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사실 굉장히 수준 높은 지적 집약체이다. 그것에는 삶의 총체적인 군상과 희노애락이 녹아있다. 사랑(로맨틱), 사회풍자(블랙), 유희(슬랩스틱), 따라하기(패러디) 등 이름만 붙이면 거의 모든 것이 코미디 장르가 된다. 코미디적 요소가 영화, 음악, 문학, 미술 등 문화 사회 전반과 심지어 산업현장에까지 폭넓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 A: 자네, 낚시하러 가나?
   B: 아니, 낚시하러 가.
   A: 난 또 자네 낚시하러 간다는 줄 알고.

2. A: 이 집은 정말 정성껏 도시락을 싸준다니까! 이 가격에 이런 집 드물어요.
   B: 어제만 30명이 식중독 걸린 집도 드물지요.

3. A: 넌 참 참을성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
   B: 이런 칭찬이! 고마워.
   A: 언제나 불의를 볼 때면, 필요 이상으로.

일일이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분석을 할 수 없을 만큼, 코미디는 이미 사람들의 실생활 속에서 더 많이 존재하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가령, 마티즈가 언덕 위를 씽씽 오르고 있는데, 옆에 에쿠스는 빌빌대는 모습이라든지, 양주 먹고 취했다고 피자로 해장을 한다는 친구의 모습에서 ‘실소’할 수 있다. 또 위와 같은 즉흥적인 유머 3종세트에서는 ‘썩소’를 날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성품’은 아닌 친근한 모습에서 따뜻한 ‘미소’를 보낼지도 모른다.

‘행복해서 웃는 것일까, 웃어서 행복한 것일까.’라는 물음이 있다. 무엇이 정답이든지간에 인생에 있어 웃음은, 행복에 있어 웃음은 빼놓을 수 없는 것이란 말일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웃고 싶어하지만, 웃는 것을 주저한다. 모두가 행복을 원하지만 행복한 것을 어색해 한다. 그렇다면 삶의 신조로 ‘그래 웃자, 다 웃자고 하는 짓이다.’를 마음에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코미디로 삶을 즐기는, 진정한 인생의 마니아가 되는 것 말이다.

Tip. 추천하고 싶은 몇 가지 프로그램 1. <프렌즈>: 편하게 볼 수 있는 대중성 있는 미국 시트콤 2. <기쿠지로의 여름>: 기타노 다케시의 정수가 담겨 있는 웃음뿐인 코미디. 3. <천국보다 낯선>: 짐 자무시 방식의 블랙 코미디 4. <수면의 과학>: 실험적인 영화를 밝게, 또 수준 있게 풀어낸 미셸 공드리의 명작 5. <아기공룡 둘리>: 공룡부터 아프리카의 타조, 외계 오징어까지 등장하는 단연 불멸의 만화.


학교 교지 편집장의 원고청탁을 받아 쓴 글이다. 아주 맘에 들게 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 써놓은 글을 보면 좋다. 뭘 쓸까 고민할 때를 생각하면. 그나저나 교지는 언제 나올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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