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영어 얘기가 나오면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몇 년동안 그래도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보다는 많은 돈과 시간을 영어와 관련한 학문에 투자하고 있는데 과연 내가 얼마나 영어를 이해하고 있나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영어가 잘 안되나에 대한 담론은 이미 너무 많기에 특별히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긴 설명보다는 사진에 보이는 글씨를 보면 그 이유를 간단하게 알 수 있다.
'our duty free store after immigration is open.'
영어 문장은 완벽하다. 왜냐면 이곳은 한국이 아니라 호주의 브리스번 국제 공항이기 때문에.(물론 현지인이 썼다고 해서 언제나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도 아직 얼음 --> 어름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으니까 ㅡㅡ;)
암턴 이 말을 한국말로 번역해 놓은 것을 보면,
'입국신고소 후에 있는 면세점은 현재 영업중입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무엇이 틀렸는지 단박에 알 것이다. 그리고 웃음이 날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국제공항에서 사용하는 광고판인데 저렇게 틀릴수가 있다니!!
호주인이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해 놓은 것의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영어가 안 되는지가 그대로 들어난다. 영한사전을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 사람들은 한국말 문자 그대로를 영어해석이나 작문, 회화에 적용한다.
'나 (친구와) 약속있어' =====>'I have plans'라고 간단히 하면 될 것도, 'I have promise.....(손가락 걸고 한 약속??)' 한국말 그대로 옮기면 이렇게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예전에 호주친구와 한국에서 쓰는 영어들이 얼마나 틀린게 많은지에 대해, 이것들이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웃음을 무료로-_-;;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해 얘기를 나눈적이 있다. (예전에 'sexy mild' 요런 정체불명의 이름을 가진 샴푸도 있었다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결론은 문화의 차이다. 그 서쪽지방넘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의식적으로 만들어내서 하는 영어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한국말에 너무도 완벽한 네이티브들이기에 슬픔은 더해간다.
우리가 한국말을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는 만큼,
반대로 영어도 그만큼 완벽하게 익히기는 힘들다고 보면 된다.
가뜩이나 영어로 머리가 아픈 사람들이 많을텐데 부정적인 얘기만 길게 한 것 같다. (사실 저 위에 사진 보여주고 '웃긴다!ㅎㅎ' 이게 내가 하고 싶은말 전부였는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할 말은 하자. 영어가 정말 싫다면 억지로 하지는 말자. 영어에 목숨걸지 말자는 얘기다. 최대한 재미있으면서도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갈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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